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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T-인터뷰] 사회적 인식에 고립된 에이즈 감염인 '병보다 편견이 더 두렵다'
[한강T-인터뷰] 사회적 인식에 고립된 에이즈 감염인 '병보다 편견이 더 두렵다'
  • 이지연 기자
  • 승인 2017.10.30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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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P+ 문수 대표 "몸의 병은 괜찮은데 마음이 더 힘든 현실"

[한강타임즈 이지연 기자] 최근 조건만남을 통해 다수의 남성들과 성관계를 맺은 10대 여중생이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에 감염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사건 직후 언론은 자극적인 기사와 제목에만 열을 올렸다. 이 같은 보도 행태에 누구보다 고통받은 사람들은 HIV/AIDS 감염인들이다.

이처럼 에이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어느때보다 높아진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자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KNP+(에이즈감염인협회)를 찾았다.

KNP+는 감염인을 위한 곳이다. HIV/AIDS 감염인의 온전한 사회참여와 평등을 위해 설립됐다. 함께 모여 서로의 삶과 고민을 나누고 그들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사회적 활동을 벌이는 단체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KNP+는 감염인을 위한 곳이다. HIV/AIDS 감염인의 온전한 사회참여와 평등을 위해 설립됐다.

KNP+ 문수 상임대표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처음부터 언론에게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는 듯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언론은 늘 그랬습니다. 제대로 된 취재가 이뤄지지도 않은 채 자극적인 것만을 쫓아요. 에이즈 감염자에 대한 혐오와, 질병에 대한 공포심만 부추깁니다. 사회적으로 감염자에 대한 낙인에만 집중돼 있으니 더 예방이 안 되는 것이죠. 꾸준한 복용만으로도 감염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왜 알려주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문수 대표는 이곳에서 ‘PL 사랑방’을 담당하고 있다. 감염인들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편하게 차 한잔 하며 함께 고민을 나누고 서로의 격려를 통해 삶을 위로하는 곳이다. PL은 ‘People Living With HIV/AIDS’ 약자로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 병보다 편견이 더 무서운 감염인들

에이즈는 HIV에 감염된 각종 기회감염과 악성종양 등의 증상이 나타난 경우를 말한다.

반면 HIV란 후천성면역결핍증을 말한다. 모든 HIV 감염인이 에이즈 환자는 아니다. HIV감염인은 HIV 바이러스가 인체 내에 침투, T림프구내에 자리 잡고 있지만 일정한 면역지수를 유지해 신체상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거나 경미한 증상만 갖고 있는 상태다. 꾸준한 복용을 통해 일반인과 비슷한 수명을 가질 수 있다.

“HIV 감염인들은 병으로 죽지 않아요. 오히려 사회적 인식과 비난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허다합니다. 몸의 병은 괜찮은데 마음의 병을 이길 수 없는 것이죠”

사회적 차별과 냉대는 그들을 더 절벽으로 몰아세운다.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법률 제17749호)에 따르면 HIV 감염인이라는 이유로 채용이나 근로관계에서 불이익이 있거나 차별대우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럼에도 회사에 알려지는 즉시 퇴사처리 당하는 경우도 많다. 가족들에게 조차 털어놓지 못해 스스로 고립되길 자처하는 사람들도 있다.

문수 대표는 “예방이 잘 되지 않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신속한 검사를 통해 약을 복용하고 병이 깊어지는 것을 막아야 하는데 HIV 양성을 받아놓으면 바로 매장을 시키는 사회 분위기에서 누가 무서워서 검사를 받겠습니까? 그런 사람들로 인해 늘어나는 겁니다. 자꾸 숨게 만들고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범죄시 합니다. 환자에 대해선 거의 매장분위기에 가깝기 때문에, 선뜻 나서 검사받기를 두려워하는 것은 당연하죠”라고 지적했다.

사무실 한 켠에 놓인 ‘진료거부대응 가이드라인’ 팜플렛 속 정당한 사유 없이 병원진료 마저도 거부당한 사례들을 읽으면서 어렴풋이나마 실제 감염인들의 퍽퍽한 삶을 짐작할 수 있었다.

KNP+는 이 같이 삶에서 고통 받는 감염인들을 위해 외로움과 절망 속에 고립되지 않도록 그들을 이끌어낸다. 또한 진료거부 대응 가이드라인 팜플렛을 만들고, 그들이 사회에서 이유 없이 차별당하는 일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선다.

“감염내과 이외에서 대부분 진료거부를 많이 당합니다. 오히려 의사들이 에이즈에 대해 무지해요. 중이염인데도 수술거부를 해서 인권위에 진정서를 낸적도 있습니다. 산부인과를 방문해야 하는 HIV 여성감염자분들도 마찬가지예요. 이런 일이 발생하면 KNP+ 자문위원회에 속해있는 법조인, 인권운동가 분들과 함께 해결합니다”

또한 PL 사랑방에선 밥상모임, 오픈마이크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감염인들을 위해 필요한 여러 교육과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 그들이 최선을 다해 그들의 삶을 붙잡길 응원하고 도와준다.

◇ 나아짐 없는 현실.. "떳떳하게 치료 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돼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HIV 감염인 93%가 '사회 전반적으로 차별이 많거나 있는 편'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직장에서의 차별'이 있다는 답변이 91.2%로 가장 높았다. 이어 학교에서의 차별(83.2%), 주변사람에 의한 차별(83.0%), 의료기관 차별(79%) 순이었다.

의료서비스 이용 시 겪은 차별 경험으로는 '다른 질병으로 병원 방문 시 HIV 감염인임을 밝히기 어렵다'는 답변이 76.2%로 가장 많았다. 또 치료를 위한 병원 방문이 불편해 대도시로 이사했다'는 답변이 35.5%, '진료 기록에 감염인 표시' 27.7%, '타과 진료시 차별' 26.5%, '본인 의사에 반해 처방전 등에 HIV 감염 명시' 26.5% 등이었다.

HIV감염인 진료거부 대응

인권위의 조사결과처럼 온전히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사회적 편견과 맞선지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사람들의 인식과 막연한 공포심은 줄어들지 않았다. 여전히 사회적 시선이 두려워 죽음직전에 가서야 병원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즐비하다. 장기요양이 필요한 에이즈 환자들이 갈 수 있는 요양병원도 전혀 없다.

“안타깝지만 개선된 것이 없는 현실이에요. 여전히 진료는 거부당하는 현실이고, 차가운 시선은 늘 반복되는 일상이기 때문에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없습니다. 그나마 의학의 발달로 앞으로의 건강한 삶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위안을 삼아요. 차별이나 인식은 예전보다 더하면 더했지 전혀 바뀌지 않았어요. 몸보다 마음이 더 아픕니다”

최근 유엔에이즈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감염인 낙인지표조사를 실시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HIV 감염인 64.4%가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고, 75.0%가 자신을 탓하고 있었으며, 36.5%가 자살 충동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차원에서 감염인들을 공격하고 혐오하는 인식을 없애고, 에이즈 또한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자연스럽게 치료받을 수 있다는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해야 합니다. 그게 예방입니다. ‘위험하니 콘돔을 써라’, ‘위험하니 성관계는 하지마라’ 이건 예방이 아닙니다. 우린 결핵을 앓고 있는 이들과 다를 바 없는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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