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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상품문의는 비밀댓글로 달아주세요” 블로그·SNS 마켓 탈세 온상
“가격·상품문의는 비밀댓글로 달아주세요” 블로그·SNS 마켓 탈세 온상
  • 이지연 기자
  • 승인 2017.11.22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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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타임즈 이지연 기자] 직장인 A씨(29)는 최근 블로그에서 원피스 한 벌을 구매하기로 했다. 현금결제만 가능하고 교환 및 환불은 불가능하다는 공지가 내키지 않았지만 평소 즐겨보던 블로그였기에 A씨는 구매를 결정했다.

하지만 제품을 받고 보니 사이즈가 생각보다 작았고, 색상도 사진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A씨는 판매자에게 상품 반품을 요구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단순 변심에 의한 환불이나 교환은 안 된다”는 것이었다.

A씨의 사례처럼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블로그를 통해 물건을 판매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관련 피해도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판매자가 환불과 교환을 거부하는 것은 물론 통신사업자 신고 없이 판매하거나, 현금 결제를 유도해 탈세를 일삼는 것이다. 또한 상품의 가격을 공개하지 않은 채 비밀 댓글을 요청하기까지 해 전형적인 탈세의 온상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블로그 마켓은 상품의 가격을 공개하지 않은 채 비밀 댓글을 요청하기까지 해 탈세의 온상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특별시 전자상거래센터에 따르면, 블로그마켓 피해 신고는 지난 2014년 106건에서 2015년 506건으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에는 892건을 기록해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계약을 취소하거나 반품·환불을 거절하는 유형의 피해(64%)가 가장 많았고, 판매자와 연락이 끊기거나 계정이 폐쇄된 경우(11%)도 적지 않았다.

‘블로그·SNS 마켓’은 별도의 절차 없이 누구나 판매가 가능하다. 이에 판매자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이와 반대로 관련 법은 마련되지 않아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블로그·SNS 마켓의 상당수 판매자는 인터넷 상품 판매를 위한 통신판매업 신고를 하지 않는다. 판매업자 신고를 하지 않으면 ‘개인간 거래’로 분류돼 일반적인 상법의 적용만 받는다. 이런 탓에 판매자들은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건을 제시해 청약철회를 거부할 수 있어 소비자의 피해는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또 판매자는 사업자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지 않고, 소비자의 개인정보만을 수집한다. 전자상거래를 하는 사이버몰 운영자는 상호 및 대표자 성명, 영업소 주소, 사업자등록번호, 이용약관 등을 공개해야 한다. 그러나 해당 규제 장치가 마련되지 않아 블로그 마켓은 단속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블로그 마켓은 가격과 상품 문의, 주문을 모두 ‘비밀 댓글’로만 받는다. 소비자가 상품에 대한 불만을 제기해도 다른 소비자들은 볼 수 없다. ‘비밀 댓글’은 가장 흔한 탈세 수법이기도 하다. 매출을 감추기 위해 소비자가 제품가격과 문의 사항, 구매 여부를 비공개 댓글로 달도록 한다. 거래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으니 수억 원대 매출에도 ‘간이과세자’(연 매출 4800만원 이하 사업자)로 등록해 세금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이밖에도 판매자는 특정 물품을 시중보다 싸게 공급한다는 명목으로 부가가치세를 떼어먹는다. 구매자가 카드결제를 요구할 경우 부가세를 추가하거나 무통장입금 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득을 취하며 노골적으로 현금 결제를 유도하며 탈세 꼼수를 부린다.  

또한 ‘단순변심’을 강조하며 환불과 교환에도 소극적이다. 현행 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온라인상에서 상품 구매 후 7일 내에는 청약 철회가 가능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블로그 판매자들은 쇼핑몰 판매가 아닌 소량 주문 제작이라는 이유를 들며 아예 교환이나 환불을 해주지 않고 있다.

이처럼 일주일 안의 교환이나 환불은 소비자들의 정당한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구매를 확정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불법 판매자 단속은 쉽지 않다.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거래법에 의거해 활동하기 때문에 개인 신분의 제조·판매자와 거래한 경우 제재할 권한이 없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개인 간 거래는 해결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블로그·SNS 마켓 피해 접수 건수가 많아 자체적으로 피해예방 안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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